2007년 9월 처음교회는 재정난에 휩싸인 상동처음교회(당시 진솔교회)를 합병했다. 윤대영 목사는 상동처음교회를 6년간 맡아 주는 대신 유명근 목사를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보내 줬다. 이를 두고 <국민일보>와 부천 지역의 한 신문은 "빚더미에 쌓인 이웃 교회를 구한 교회"라며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이행 각서와 반환 합의서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유 목사는 2003년 부천시 원미구 상동에 지상 7층 규모의 교회를 지었지만, 교인 대신 빚만 늘어 갔다. 부채가 70억 원에 달했다.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유 목사는 윤 목사를 찾아가 교회를 사 달라고 부탁했다. 윤 목사는 교회는 사고파는 게 아니라면서 거절했지만, 결국 매입이 아닌 조건부 합병을 하게 됐다.
파격적인 이행 각서…채무 상환 이행 안 돼
두 목사는 교인들의 동의를 얻어 교회를 합병하고, 유 목사에 대한 거취도 확정지었다. 이행 각서 내용은 파격적이었다. △부천제일교회는 진솔교회의 채무를 상환한다 △유명근 목사는 6년이 지난 7년 차에 청빙 절차를 거쳐 처음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하도록 한다 △유명근 목사를 유학 파송하고 일체의 비용을 책임진다 등의 조건이 포함돼 있었다.
아무 연고도 없는 타 교단 소속 목사의 부탁을 흔쾌히 승낙해 준 이유는 무엇일까. 윤 목사는 "충북 제천에 있는 한 교회가 재정 문제로 이단에 넘어간 것을 안 뒤로부터 교회 살리기 운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상동처음교회도 그중 하나이며, 6년간 나간 이자만 35억 원이라고 했다. 교회를 합병한 윤 목사는 처음교회 교인 400명을 상동처음교회로 파송했다. 교회는 날로 부흥했고 한때 출석 교인 1000명을 넘어섰다. 윤 목사는 매주 상동처음교회와 처음교회를 오가며 설교했다.
유 목사는 지난 4월 한국 땅을 밟았다. 윤 목사의 호출이 있었다. 이행 각서에는 '2014년 어느 달에 복귀한다'로 돼 있다. 유 목사는 윤 목사의 귀국 요청에 의아했지만, 목회를 한다는 생각에 기대가 부풀었다. 그러나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채무 상환이 이뤄지지 않은 것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유 목사는 이행 각서 1항 '진솔교회의 채무를 상환한다'를 처음교회에서 교회 부채 70억 원을 갚아 주는 것으로 이해했다.
문제는 더 있었다. 교회 소유권이 이전되면서 상동처음교회가 처음교회 부채의 공동담보로 설정된 것이다. 현재 채권 최고액은 192억 원이며, 이중 상동교회의 채무는 50억 원으로 알려졌다.
6월 13일 반환 합의서를 작성했지만, 유 목사는 교회 재산권을 돌려받을 수 없었다. 채권 은행의 요청에 따라 2015년 6월 소유권을 양도받기로 했다. 반환 합의서에는 처음교회가 상동처음교회에 운영자금 10억 원을 지급하기로 나와 있다. 이와 동시에 상동처음교회는 그동안 처음교회가 은행에 내 온 교회 부채 이자를 직접 내기로 했다.
양측은 합의서 작성 1주 만에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처음교회는 운영자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상동처음교회는 이자를 내지 않았다. 윤 목사 측은 공동담보 건물을 대상으로 대출을 받기로 했지만, 은행이 이를 거절해 운영자금을 못 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 목사는 운영자금과 이자 지급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면서 운영자금 10억 원이 지급되면 이자를 내겠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윤 목사 측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6년 동안 부채 70억 원에 대한 이자를 꼬박꼬박 냈고, 교회 시설에 투자한 비용만 35억 원가량이라고 강조했다. 유 목사가 미국에서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한 점도 내세웠다. 유 목사의 유학 생활 정착비로 4억 원을 선 지급했고, 매달 생활비 600만 원과 학비도 지원했다는 것이다. 처음교회 측은 지난 6년간 유 목사에게 들어간 비용만 11억 원이 넘는다고 했다.
그러나 유 목사의 생각은 달랐다. 유 목사는 이행 각서와 반환 합의서에 따라 진행하면 될 일을 윤 목사가 지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시설 투자는 윤 목사의 목회를 위해 한 것일 뿐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상동처음교회를 공동담보로 설정한 것에 실망하며, 윤 목사가 애당초 교회를 반환할 의사가 없던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유 목사는 처음교회가 지난해 말부터 재정 문제로 시끄러워지자 교회 반환을 방패 삼아 사태를 수습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윤 목사 측은 "채무 상환이라는 게 금전적인 상환만이 아니라 교회를 살리거나, 성장을 통해 돌려주는 등 다양한 목적과 의미가 있다. 지난 6년 동안 우리가 지원한 생활비·학비·시설비·이자 등은 무엇이냐"며 꼬집었다. 유 목사는 교회가 공동담보로 묶여 있는 만큼 처음교회가 잘못되면 덩달아 피해를 입게 될 수 있지 않느냐고 맞서고 있다.
현재 상동처음교회는 하늘빛교회로 이름을 바꾸고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송용필 연합회장)에 가입했다. 처음교회에서 장로 12명이 넘어왔고, 300여 명의 교인이 출석하고 있다.
▲ 부천시 원미구 상동에 있었던 진솔교회 상동처음교회를 거쳐 현재 교회 이름은 하늘빛교회로 바뀌었다. 교회 감정가는 93억 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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