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도문 강해⑯
마태복음 6:9-13절 2018/02/14(수)
6:9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①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6:10 ②나라가 임하시오며 ③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6:11 ①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6:12 ②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6:13 ③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오늘은 주기도의 마지막 구절인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라는 송영 부분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송영(頌榮 Doxology)
Doxa(영광)와 Logos(말씀)가 합쳐서 형성된 단어로
가톨릭에서는 ‘영광의 성가’라는 뜻을 가진 ‘영광송(榮光頌)’으로, 한국정교회는 ‘영송(詠頌)’으로, 그리고 개신교에서는 ‘송영(頌榮)’으로 부릅니다.
그 뜻을 풀이하면 ‘하나님을 찬송(칭송)하는 노래’ 또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기도’ 정도가 될 것입니다.
성경 속에서 송영이 가장 먼저 기록된 것은 역대상 29장 10-11절입니다. 다윗이 그의 인생 말년에 이스라엘 온 회중 앞에서 여호와를 송축했던 송영으로 성경에 기록된 첫 송영은 다음과 같습니다.
29:10 다윗이 온 회중 앞에서 여호와를 송축하여 이르되 우리 조상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는 영원부터 영원까지 송축을 받으시옵소서
29:11 여호와여 ①위대하심과 ②권능과 ③영광과 ④승리와 ⑤위엄이 다 주께 속하였사오니 천지에 있는 것이 다 주의 것이로소이다 여호와여 ⑥주권도 주께 속하였사오니 주는 높으사 ⑦만물의 머리(수령 首領)이심이니이다
이러한 다윗의 송영을 우리 주님이 그대로 받아들었고(복음서의 유일한 송영으로 누가복음 11:2-4에 나오는 주기도에는 이 부분이 빠져있다), 그의 제자인 바울과 다른 사도들에게까지 그 전통이 이어지면서 삼위일체 송영(가)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초대교회에 기록된 가장 대표적인 송영 몇 가지만 살펴보겠습니다.
1)로마서 16:27
16:27 지혜로우신 하나님께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영광이 세세무궁하도록 있을지어다 아멘
2)에베소서 3:20-21
3:20 우리 가운데서 역사하시는 능력대로 우리가 구하거나 생각하는 모든 것에 더 넘치도록 능히 하실 이에게
3:21 교회 안에서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광이 대대로 영원무궁하기를 원하노라 아멘
3)디모데전서 6:16
6:16 오직 그에게만 죽지 아니함이 있고 가까이 가지 못할 빛에 거하시고 어떤 사람도 보지 못하였고 또 볼 수 없는 이시니 그에게 존귀와 영원한 권능을 돌릴지어다 아멘
4)디모데후서 4:18
4:18 주께서 나를 모든 악한 일에서 건져내시고 또 그의 천국에 들어가도록 구원하시리니 그에게 영광이 세세무궁토록 있을지어다 아멘
5)히브리서 13:21
13:21 모든 선한 일에 너희를 온전하게 하사 자기 뜻을 행하게 하시고 그 앞에 즐거운 것을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 가운데서 이루시기를 원하노라 영광이 그에게 세세무궁토록 있을지어다 아멘
6)유다서 1:25
1:25 곧 우리 구주 홀로 하나이신 하나님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영광과 위엄과 권력과 권세가 영원 전부터 이제와 영원토록 있을지어다 아멘
7)요한계시록 5:13-14, 7:12
5:13 내가 또 들으니 하늘 위에와 땅 위에와 땅 아래와 바다 위에와 또 그 가운데 모든 피조물이 이르되 보좌에 앉으신 이와 어린 양에게 찬송과 존귀와 영광과 권능을 세세토록 돌릴지어다 하니
5:14 네 생물이 이르되 아멘 하고 장로들은 엎드려 경배하더라
7:12 이르되 아멘 찬송과 영광과 지혜와 감사와 존귀와 권능과 힘이 우리 하나님께 세세토록 있을지어다 아멘 하더라
그래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찬송가의 시작을 ‘1-7 송영(7곡)’으로 해서 ‘640-645 아멘(6곡)’으로 끝을 맺도록 의도적으로 편집한 것입니다.
우리가 부르는 모든 찬송과 기도가 삼위일체를 향한 송영 즉 ‘하나님을 찬송(칭송)하는 노래’ 또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기도’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송영을 이야기할 때 마다 한국교회 안에서 유독 논란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대개(大蓋)’로 번역된 접속사 ‘호티’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이 전에 사용했던 ‘통일찬송가’ 주기도 송영에는 ‘대개’가 기록되어 있었지만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21세기 찬송가’에는 이 단어가 빠져 있습니다.
언제부터 주기도의 송영에 ‘대개’가 들어가게 되었는지 문헌을 조사해 보아야겠지만 확실한 것은 1949년 편찬된 ‘합동찬송가’부터입니다.
당시 모든 교파가 ‘합동찬송가‘를 사용했기 때문에 모든 교회에서 ’대개‘라는 말로 송영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1967년 이후 한국교회 안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일부 교단에서 ‘개편찬송가’를 발행하면서 편집자들이 주기도문에서 ‘대개’를 의도적으로 삭제합니다.
문제는 초교파 연합예배를 자주 드렸던 한국교회 성도들이 혼란을 겪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후 둘로 나누어진 찬송가를 하나로 통일해서 편집해야겠다는 열망 속에1976년 한국찬송가공회의 전신인 한국찬송가 통일위원회가 발족되었고, 진통과 조율 끝에 1983년 우리가 이 전에 사용하였던 ‘통일찬송가’가 나오게 되었는데, 그 때 수록된 주기도에는 ‘대게’를 기록하였습니다.
정말 많은 진통이 있었습니다.
삽입하자는 의견과 삭제하자는 의견이 팽팽했지만 많은 논란 끝에 넣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2006년 시대의 요청에 따라 다시 찬송가가 편집되면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21세기 찬송가’에는 ‘대게’가 다시 삭제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문제가 지속되는 것일까요?
헬라어 원문에 따르면, 송영을 시작할 때 ‘호티’라는 접속사로 시작됩니다.
헬라어 ‘호티’는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됩니다.
1) 앞 문장과 뒤 문장을 연결하는 경우, 보통 ‘왜냐하면’으로 번역
2) 관계대명사로 이끄는 접속사 역할
3) 때로는 문장부호처럼 아무 뜻 없이
이 중에서 다소 헬라어에 능통한 많은 신약성서학자들이 선택하는 것은 3)번 안이었습니다.
기도문의 특성 상 굳이 번역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렇게 해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21세기 찬송가’에는 ‘대게’가 다시 삭제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인에 의해서 최초로 번역된 것으로 추론되는 한글판 주기도문이 미국성서공회에 의해 발간된 잡지 ‘바이블 소사이어티 레코드’(The Bible Society Record, 이하 BSR) 1885년 5월호에 실려 있는 것이 얼마 전 총신대 박용규 교수에 의해 공개되었습니다.
이수정은 자신이 직접 한글로 번역한 주기도문을 미국성서공회에 보냈고, 미국성서공회가 이를 ‘The Lord's Prayer in Corea’(한국어 주기도문)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한 것입니다.
전문은 위의 그림과 같습니다.
여기에 보면 오른쪽에서 7째 줄에 주기도문 마지막 부분에 ‘대저大抵’(대체로 보아서, 무릇)라는 부사가 등장합니다.
이것을 오늘날 많은 교회가 그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아 헬라어 원문에 없는 ‘일의 큰 원칙으로 말하건대’ 정도의 뜻을 가진 ‘대개大蓋’로 바꾸어 기도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헬라어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Ὅτι σοῦ ἐστιν ἡ βασιλεία καὶ ἡ δύναμις καὶ ἡ δόξα εις τους αιωνας. αμην
호티 수 에스틴 헤 바실레이아 카이 헤 두나미스 카이 헤 독사 에이스 투스 아이오나스 아멘
여기서 사용된 접속사 호티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왜냐하면’이나 또는 ‘그 이유를 설명하면’ 정도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 성경의 경우 대부분 ‘For’로 번역해 놓았습니다.
문제는 접속사 ‘호티’를 ‘왜냐하면’이나 또는 ‘그 이유를 설명하면’으로 번역하다보면 주기도의 우리말 문맥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또 다른 문제를 만나게 된다는 것과 그리고 한자로 번역된 ‘대개大蓋’가 주기도의 전반적인 정신에는 어울리지만 원문 ‘호티’에 없는 뜻을 넣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주기도에는 생략되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뜻을 바로 안다면 ‘대개大蓋’를 넣고 사용해도 좋고, 없어도 큰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가능하다면 헬라어 ‘호티’의 뜻을 바로 이해하고 우리말 성경인 ‘개역개정 한글판’ 번역 원안 그대로 기도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송영의 변천 역사와 그 기록된 뜻을 하나하나씩 새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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