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독교역사

헨리 8세와 성공회, 개혁인가 개악인가

心貧者 2015. 7. 23. 11:18

헨리 8세의 첫 결혼부터가 웃긴다. 형수와의 결혼이라니. 물론 말할 수 없이 부패한 당시 교회는 그의 손을 들어줬고, 그랬기에 혼인할 수 있었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들의 결혼은 성서의 '계대 결혼'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형제들이 함께 사는데 그중 하나가 죽고 아들이 없거든 그 죽은 자의 아내는 나가서 타인에게 시집가지 말 것이요. 그의 남편의 형제가 그에게로 들어가서 그를 맞이하여 아내로 삼아 그의 남편의 형제 된 의무를 그에게 다 행할 것이요. 그 여인이 낳은 첫아들이 그 죽은 형제의 이름을 잇게 하여 그 이름이 이스라엘 중에서 끊어지지 않게 할 것이니라."(신명기 25장 5~6절)

계대 결혼은 이스라엘 민족의 종족 유지와 관계가 깊다. 헨리 8세와 형수 캐서린의 결혼은 어찌 되었든 교회가 공인했고 정식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에는 앤 불린과 결혼하기 위해 형수와의 합법적(성서적?)인 결혼을 없었던 거로 하고 싶었다. 이때도 헨리 8세는 성서를 인용한다.

"누구든지 그의 형제의 아내를 데리고 살면 더러운 일이라 그가 그의 형제의 하체를 범함이니 그들에게 자식이 없으리라."(레위기 20장 21절)

그러나 이번에는 교회가 도와주지 않았다. 20년 전 캐서린과의 결혼을 "교회법에 어긋나는 것이니 무효다"라고 교회가 말해 주기를 바랐지만, 교황은 요지부동이었다. 교황은 1532년 교지를 통해, 차라리 캐서린과 화해하고 앤 불린은 궁에서 내보내라고 명령했다. 당시에는 교황이 왕 위에 있으니 가능했던 명령이다. 그러나 헨리 8세는 따를 수 없었다.

캐서린과의 결혼 무효화와 교회 권력 몰수를 목표로 교회에 칼을 빼 들었다. 결국 영국은 교황의 지배를 받지 않기로 했고, 대주교로 임명된 토머스 크랜머는 "캐서린과의 결혼은 무효"라고 선언한다. 이후 헨리 8세는 개혁의회를 꾸리고 크롬웰을 앞세워 영국 교회의 수장은 헨리 8세라는 '수장령'과 앤과의 결혼 합법화 및 그녀가 낳을 아들이 적자라는 '계승법'을 만든다.

그야말로 헨리 8세에 의해 주도된 영국의 종교개혁은 그의 사랑 이야기가 보여 준 다른 면일 뿐이다. 성경을 입맛에 맞게 인용하는 뻔뻔함에 더하여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개악'을 만드는 전형적인 사례다. 요즘도 소위 '개혁'이란 이름으로 저지르는 '개악'이 얼마나 많은가. 정치도 종교도 말이다. 이현령비현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