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방

최창모, 금기의 수수께기

心貧者 2009. 5. 22. 20:45

인류학으로 풀어내는 성서 속의 금기
<금기의 수수께끼>는 이스라엘 민족의 민간 습속을 통해 인간 사회에 폭넓게 작용하고 있는 '금기'의 비밀을 파헤친 책이다. 특히, 성서속에 나타나고 있는 많은 '금지사항'을 문화인류학과 사회인류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다각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지은이는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에서 신구약 중간사(제2차성전시대사)와 유다 묵시문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국내 히브리학 분야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인물이다. 이 책은 바로 이쪽 방면에 보인 그의 오랜 학문적 이력을 유감 없이 보여준다. 르네 지라르의 <폭력과 성스러움>과 메리 더글러스의 <수순와 위험>을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책으로 꼽는 그는 현대 인류학의 혁혁한 발전에 비해, 인류학이 성서 해석에 적용된 예가 없음을 아쉬워하며, 이 연구에 의욕을 불태운다.

금기는 욕망을 수위를 조절한다 지은이는 전체 5부로 구성된 이 책의 많은 부분을 음식 금기(제2부)와 성(性)과 관련된 금기(제3부)에 할애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영역에서 무엇보다 많은 금기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프로이트가 말했던 바 "금지 사항은 강한 욕구가 존재하는 행동에 대해 주어지는 것"과 관련이 깊다. 즉 "금기는 욕망이 넘쳐흐르는 곳에서 발생한다" 고 말한다. 또 따르게 보면 이것은 다른 두 영역의 매개지대이기도 하다(입과 음식물의 접촉, 남자와 여자의 성기 접촉). 여기서 우리는 금기의 사회적 기능의 한 측면을 엿볼 수 있다. 금기란 적절한 사회질서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는 곳에서 사회통제 체계의 한 형태로 발생함을 알 수 있다. 욕망은 수위를 넘게 되면 위험해지기 때문에 적절한 제어장치가 필요하며, 터부가 바로 그러한 욕망을 우회시킨다는 논리다.

불합리한 터부는 오래가지 못한다
얼핏 보면 근거 없는 미신에 불과할 수 있는 금기의 사회적 현상을 지은이는 한 사회 집단의 공통적인 생활이나 사고 또는 행동양식의 한 영역과 결부시킨다. 그래서 한 사회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불합리한 터부'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공동체는 무엇이 좋은 것이고 잘못된 것인지를 판단하여 지지하기도 거부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것은 시민 사회의 재가를 얻어 법으로까지 승격될 수 있다고 본다. 유대인들의 '돼지고기 금기'와 성서의 '근친상간의 금기'를 살펴보면, 몇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배설물을 먹고, 더러운 진흙탕에 몸을 씻는 돼지의 불결한 습성이 금기를 발생했다고 보기도 하고, 반대로 토템의 숭배의 대상이 되고 특권층의 음식이 되면서 평민들에게는 제한하기 위해 발생했다고도 본다. 또 돼지 사육에 불리한 생태적, 환경적 요인이 금기를 발생시키다고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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