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와 배경 ◈
게오르규가 이 책을 쓴 시기는 1960년대 초반이다. 그가 마호메트 전기를 쓰게 된 가장 큰 동기는 공산주의 이후의 역사의 대립각이 프로테스탄티즘의 서구사회와 이슬람교의 아랍간에 세워질 거라는 역사인식이었다. 오늘날 9.11테러로 초래된 상황을 보면서 이러한 게오르규의 예감은 남다르게 느껴진다. 게오르규는 그래서 미래에 대립하게 될 두 문명과 종교의 근원을 파헤치고 싶은 생각에서 마호메트와 루터를 집중 연구하게 되었다. 즉 프로테스탄티즘의 서구사회의 종교적·사상적 근원을 루터로 보았으며 이슬람의 아랍, 그 근원을 역시 마호메트에서 찾은 셈이다.
게오르규의 마호메트에 대한 관심은 또한 이슬람세력인 오스만투르크 제국에 의해 오랫동안 지배를 받았던 루마니아의 슬픈 역사와도 감성적으로 맞닿아 있다. 원래 게오르규가 태어난 동부 몰다비아(Moldavia) 지방은 외부의 침략을 받는 길목에 위치하여 루마니아 안에서도 가장 고난을 많이 당한 곳이었다. 루마니아는 14세기경부터 오토만 제국과 러시아, 합스부르크 제국으로부터 끊임없는 분할통치와 침략을 받았는데 특히 동부 몰다비아 지방은 남쪽의 오토만 제국과 극동의 타타르족의 침략에 시달려야 했다. 게오르규의 마호메트에 대한 관심은 이러한 루마니아의 역사적 배경과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싹텄다.
한편 게오르규는 마호메트 전기를 통해서, 메시아로부터 구원을 받을 가능성이 없는 인간성 부재의 상황, 즉 25시라는 서구사회의 참담한 상황의 극복의 대안을 찾고자 했다. 나치즘과 볼셰비키즘이 낳은 잔학하고 참담한 서구의 기독교 문명을 보면서 게오르규가 이런 생각을 가졌을 거라고 추측하는 건 결코 무리가 아니다.
이슬람과 기독교, 유대교는 아브라함을 그 출발점과 태생을 같이하는 유사한 유일신 종교이다. 그리고 그 종교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사막에서 생겨났다. 게오르규는 사막에 대해 '불멸에 대한 명상을 방해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무한과 대치하고 있을 뿐인' 공간으로 보고 그런 사막에서 신과 조우하게 되면 더 이상 신을 버릴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처럼 이슬람과 같이 사막에서 태어난 기독교는 서구 사회로 와서는 그 고유의 사막성을 상실하고 경직화하였다고 게오르규는 파악한다. 그래서 게오르규는 예언자 마호메트를 통해서 그가 창조한 이슬람 세계에서 메시아에 의한 구원의 가능성을 찾아보려 했던 것이다.
◈ 이 책의 주목할만한 점과 특징들 ◈
사실 그리스 정교회의 신부였던 게오르규가 이교(異敎)인 이슬람의 창시자를 다룬 전기를 집필하였다는 사실 그 자체 하나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게오르규의 그러한 종교적 관용과 호기심에 새삼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게오르규의 마호메트 전기는 「성경」, 「코란」, 「하디스」를 비롯한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하여 역동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모습의 마호메트를 그려내고 있다. 79꼭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은 각종 인용문과 전거(典據)들로 틈틈이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또 내용적으로도 충실하게 보충되고 있다.
유명한 시인이자 소설가인 게오르규 특유의 날카로운 필치를 글 곳곳에서 물씬 느낄 수 있는데 특히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되는 아랍의 유일 신앙의 역사를 비롯, 진정한 유목민 베두인족들의 독특한 생활 환경과 문화적 풍토, 타는 듯한 햇볕이 내리쬐는 하늘의 사막과 대지의 사막으로 이루어진 초자연적인 환경, 그 속에서 국보이자 황금으로서 시(詩)를 사랑하는 아랍인들의 고유한 의식세계에 이르는 세세한 묘사는 단연 압권이다.
게오르규는 이처럼 마호메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제반 자연적, 문화적 환경은 물론 끝없이 광대하게 펼쳐진 사막에서 피어난 아랍의 전통적인 문화 풍토와 또 그런 척박한 생활공간 속에서 형성된 아랍인의 정신 구조에 이르기까지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서 한마디로 인간미 넘치는 인물로서의 마호메트, 그 드라마틱한 삶을 웅장한 한 편의 서사시로 재구성해내고 있다. 감히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게오르규만의 독특한 필치로 말이다.
◈ 오늘날 마호메트를 읽어야 하는 이유 ◈
종교적 지도자나 예언자, 신의 사도로서의 마호메트가 아닌 역사 속의 마호메트는 하나의 훌륭한 정치가요 외교가였으며 뛰어난 군사 지략가였다. 그는 메카의 대상인들에 의한 금융 과두정치를 부정하고 만인 평등의 민주적 정치사상을 펼쳤으며 노예 해방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다. 또한 메디나에서 그는 메카와 그 연합세력들인 적들을 무력화하고 중립파와 불만세력들을 배제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켜나간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였다. 특히 주변의 여러 부족 세력들과는 적절한 동맹관계와 협정 심지어는 천국행 을 보장하는 등 탁월한 외교 조정 능력을 선보이기도 했으며 '후다비야 협정'에서 보듯 이 메카의 적들과도 일시적인 양보를 통해 더 큰 정치적 이익을 획득하기도 했다. 또한 마호메트는 도량의 전투에서 보듯이 적들도 깜짝 놀라는 기발한 전술을 구사할 줄도 아는 탁월한 군사령관이기도 했다.
이처럼 마호메트는 단순한 예언자나 종교 지도자를 넘어서 인류 역사상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성인·지도자였다. 특히 오늘날까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영속적이고 지대한 영향을 끼친 위대한 인물로 남아있다. 이 책은 때문에 인류 역사의 대운동 가운데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마호메트의 삶을 꼼꼼히 더듬어 내려가고 있다. 우리가 섞여 살아가는 이 인류 공동체들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여러 해석이 분분했던 마호메트를 명백한 식견으로 담백하게 정리해 낸 이 책을 감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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