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지 베이징 지국장을 지낸 데이비드 아이크만이 중국을 1970년대부터 관찰해 온 경력을 바탕으로 2003년 현재 중국교회의 상황에 대한 가장 폭넓고도 대중적인 책을 펴내었다.
특히 이 책이 기존의 책에 비해 진일보 한 것은 선교보안을 이유로 늘 모호한 가운데 있었던 중국의 가정교회 상황을 큰 맥을 잡을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90년대까지만 해도 이런 내용을 출판하는 것이 가정교회에 큰 어려움을 줄 수 있었을지 모르나 저자는 이제 가정교회들도 상당히 공개적으로 활동하고 있고, 지역에 따라서는 공공연히 십자가를 내건 교회당을 소유하고 있거나 신학교들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대세가 기울었다고 판단한 듯하다.
원로들, 삼촌들, 이모들
이 책은 현재 중국교회의 현실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인적 맥락을 제시한다. 그가 ‘원로’라고 부르는 이들로 왕밍따오(Wang Mingdao), 알랜 위안(Allen Yuan), 사무엘 램(Samuel Lamb), 모세 시에(Moses Xie), 리텐언(Li Tianen) 등이 있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마오쩌뚱 시절에 국가의 종교 통제에 저항함으로써 20여년씩의 감옥생활을 한 중국가정교회의 살아있는 전설들이다. 이들은 중국공산당이 교회는 제국주의의 앞잡이라고 비판하였을 때, 당당히 외국선교사나 단체들과 연관 없이 스스로 ‘자치(自治), 자양(自養), 자전(自傳)’하는 교회(훗날 공인교회인 삼자교회의 슬로건이 된 바로 그 내용)를 이미 실행해오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다음 세대로 ‘삼촌’이라고 부르는 오늘날 현존하는 가정교회 네트워크의 지도자들이 있다. 허난성을 중심으로 하는 팡청연합의 지도자 장롱량(Zhang Rongliang), 탕허의 지도자 펑장궈(Feng Jiangguo), 중생파의 수용쩌(Xu Yongze, 이 그룹은 이단 시비가 일어난 바 있다)를 들고 있다. 이들은 다 리텐언의 후계자로 각각 엄청난 규모의 가정교회 연합을 이끌고 있고, 중국 내지에 전도팀을 파견하여 놀라운 성과를 얻고 있었다. 또한 이 가정교회 운동의 숨은 주역들인 여성들도 ‘이모들’이라고 하며 발굴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딩자매(Ding Hei)로 알려진 이는 놀라운 조직력과 발군의 가르침으로 팡청연합의 숨은 지도자 역할을 했다. 다수의 찬양곡을 작곡한 류샤오민의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90년대 내내 이들과 각 그룹은 수시로 감금과 체포를 당하면서도 이 운동을 유지시켜 왔다. 이들 가정교회 연합의 지도자들은 1998년 8월과 11월에 비밀리에 모여 여러 가지로 분열과 논란이 있던 중국교회를 향한 ‘연합호소문’과 ‘신앙고백문’을 발표한다. 이는 중국정부를 향해 가정교회가 어떤 신앙원칙 아래 운영되는지를 공식화하는 역할도 했고, 공인교회인 삼자교회를 향해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다.
삼자교회와 ‘백 투 예루살렘’
저자는 삼자교회의 지도자인 딩광순(Ding Guangxun) 주교에도 한 장을 할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삼자교회는 정부의 기독교 통제를 위한 대리기구란 인식과 가정교회에 대한 비판과 고발의 상처가 있기에 그 순수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 역시 비판적 시선을 거두고 있지는 않지만 실증적인 자료와 직접 인터뷰를 통해 딩주교가 몇 차례 신학적 입장의 변화를 보였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삼자교회 내의 목회자들 가운데는 공산당원으로 의심받는 사례도 있으나, 반면에 순수한 복음주의적 신앙인들도 존재함을 시사하고 있다.
요즘 회자되는 ‘백 투 예루살렘’ 운동에도 한 장을 할애하고 있다. 저자의 판단으로는 지금 중국의 가정교회들은 선교적 열정이 강하게 불붙고 있고, 여기에는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복음의 서진(西進)이 이제 중국을 거쳐서 이슬람권을 통과해서 예루살렘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는 비전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1940년대에 이미 이런 꿈을 갖고 있었던 중국인 복음전도자들의 존재가 새롭게 드러나게 된 점(그 중 한 사람인 사이몬 자오는 40년간 감옥생활을 마치고 88년에 출옥해 90년대 내내 가정교회에서 간증을 하였다)과 가정교회가 전반적으로 오순절 신앙의 영향권 아래 있고 전천년적 세대주의를 믿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신앙서적들이 범하기 쉬운 승리주의적 결론으로 치닫기 전에 저자는 과연 중국의 기독교화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자문하고 있다. 가정교회의 신자들은 대체로 반정부적이거나, 친외세적이기 보다는 애국적 특성을 지닌다고 본다. 그들은 공산주의의 전복보다는 점진적 변화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뚜렷한 복음주의 신앙이 현재 중국교회를 주도하는 경향이다. 이 신앙적 특징을 지닌 사람들이 중국사회의 각계각층으로 들어가고 있고, 어떤 지역은 기독교화 되었다고 말할 만큼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최근 두드러진 현상은 ‘문화적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서양문명에 대한 관심의 일환으로 기독교를 연구하거나 관심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종교의 자유는 그리 쉽게 올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상당한 희생과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남겨진 고민
데이비드 아이크만의 책은 비교적 다양한 흐름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보인다. 특히 주목할 것은 중국이 전반적으로 개방의 흐름을 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책에는 90년대 중반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지는 가혹한 탄압과 고문의 증언들이 많이 수집되어 있다. 중국당국의 인권탄압, 종교탄압에 대한 외부세계의 개입이란 난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당국이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말하는 가정교회의 지도자들은 선언문에서 “삼자교회에 1천만 명의 신자가 있으나 가정교회는 8천만 명이다. 가정교회는 중국 기독교의 주류를 대표한다. 그러므로 정부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인구 2200만의 타이완이 중국을 대표하지 못하고 12억의 본토가 중국을 대표한다면, 삼자교회는 중국교회를 대표할 수 없다.”고 과감히 주장했다. 체제 도전 세력에 대해 언제나 강경하게 대처해 온 중국당국으로부터 어떻게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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