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방

이현주, 예수에게 도를 묻다

心貧者 2010. 3. 2. 20:39

예수가 옆에 있어 복음서를 읽으면서 떠오르는 의문을 직접 물어볼 수 있다면 그는 어떤 과연 대답을 해 줄까? 세속의 상식을 둘러엎는 신선한 관점을 제시해 주지 않을까? 그런데 그가 만약 “악령도 하느님도 예수도 마음의 산물이다. 너에게 마음이 없으면 악령도 하느님도 나도 그리고 너도 없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나온다면? 세례 요한이 엘리야의 환생이라는 파격적인 해석을 내놓는다면?
이 책은 작가이자 번역가인 관옥 이현주 님이 마르코 복음서를 한 구절 한 구절 풀어 읽은 기록이다. 매일 새벽 성경 한 장씩을 읽고 대학노트 세 권에 빼곡히 손으로 써서 정리한 원고를 책으로 묶었다. 굳이 마르코 복음서를 택한 이유는 4대 복음서 중에서 가장 먼저 쓰여진 책으로서 그만큼 후대의 왜곡이나 가필이 적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독서에는 특별한 동반자가 함께 했다. 바로 복음서의 주인공인 예수님이다. 이 책에서 예수는 ‘선생님’으로 등장하여 제자인 저자와 직접 대화를 나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성경의 주석서이면서 스승과 제자의 문답집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이현주 님의 책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책도 ‘기독교 복음서 주해’라는 외양을 띠고 있기는 하지만 실은 동서양의 종교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경계 없이 하나로 결합하고 있다. 저자가 예수의 말씀에서 받은 감명을 『노자』, 『장자』, 『신심명』, 『대학』 등 동양 고전의 문구나 이슬람 수피의 시구를 인용하여 읊으면, 예수는 거기에 대해 “근사한 말이다.” 하고 화답한다. 때로는 예수 자신이 노자나 장자를 직접 인용하여 말하기도 한다.